시뽀 트레킹 (Trekking in Hsipaw)
시뽀 트레킹은 미얀마에서 널리 알려진 트레킹 장소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껄로에서 인레 호수로 가는 코스이지만 짧게는 1박 2일부터 4박 5일까지 트레킹 코스가 길게 짜여있다. 처음엔 껄로 트레킹을 하려고 했으나 만달레이에서 스쿠터 타고 여행할 때 발톱이 다치는 바람에 트레킹 일정을 변경했다. 크게 다친 것은 아니지만 주차했던 스쿠터를 빼다가 발톱이 살짝 들려 피가 났다. 한동안 운동화는 신지 못하고 쪼리만 신고 다녔다. 장시간 트레킹은 힘들 것 같아서 난이도가 쉬운 시뽀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가이드를 통해 트레킹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통제되어 산까지 올라가기는 위험해서 크게 시뽀 마을 한 바퀴를 크게 돌기로 했다. 경로는 구글맵과 맵스미 지도를 통해 반나절 동안 도보로 여행했다.
트레킹 시작 전 시뽀 중심에서 우연히 비구니(여자 스님)들을 만나 인사를 했다. 신기한지 계속 쳐다보는 아기 비구니의 탁발 행렬은 너무 귀여웠다. 비구니는 분홍색 승려복을 입어 여자 스님임을 알 수 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바람에 공양을 못한 게 아쉬웠다. 다음에 보면 과자라도 손에 쥐어줘야지.
다음날 곡테익 열차를 타기 위해 시뽀 기차역에 가서 기차표를 미리 예매하려고 했지만 예약은 안되고, 당일 예매만 가능하다는 사실과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기차역 뒤로 가면 작은 사원이 보인다. 그 앞에서 공양을 받고 있는 아기 스님들을 볼 수 있었다. 가방 안에 있던 과자를 하나씩 손에 건넸다. 작은 체구에 커다란 도시락을 들고 가는 모습이 씩씩해 보였다. 인사를 나눌 때 미소짓던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밍글라바.
사원을 따라 뒤쪽으로 논길이 있어 논 풍경을 보며 계속 걸었다. 햇빛이 뜨거웠지만 시골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트레킹 하기 좋았다. 건기라서 초록 초록한 식물들을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예뻤다.
논길에서 빠져나와 골목길로 걸어갔다.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 학교였다. 마을 학교라서 그런지 규모는 작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인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걷다 보니 조금 더 큰 학교가 있었다. 시골 분교 같은 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한 꼬마 아이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인사를 했다. 학교에서 인사 예절을 배우는지 인사성이 굉장히 바르다. 그래도 수업 도중에 이탈하면 안돼. 너무 반갑게 인사해서 헤어지기 미안할 정도였다. 밍글라바.
골목길을 빠져나와 조금 더 걸으면 입구처럼 보이는 곳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무덤이 나온다. 동글동글한 미얀마 글자가 적힌 무덤도 보이지만, 언덕에는 한자가 적힌 커다란 중국인 무덤들이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무덤 사이로 소를 끌고 가는 현지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적은 마을은 시뽀 중심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한적했다. 작은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이 깨끗했고, 현지인들은 내려가 씻기도 했다. 고요한 마을 사이에 작은 사원 하나가 있었는데 불경을 외우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왔다. 라이브인지 아님 녹음한 걸 들려주는 건지는 모르지만 가끔씩 멈칫하며 실수하는 소리가 들렸고, 인간미 넘치는 스님의 불경이었다. 미얀마 스타일의 트레킹이 제대로 느껴져 재밌었다.
타이어로 만든 다리를 건넜고, 허름한 집이 있어 지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아주머니가 나와 인사를 하며,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셨다. 한국 드라마로 한국인이 굉장히 반가워서인지 인적이 드문 곳에 사람이 지나가서 그런지 행동력이 빠르셨다. 아줌마랑도 사진 찍고, 아이들과도 사진 찍었다.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했다. 밍글라바.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온천이 있지만, 건기에는 물이 없어서 올라가진 않았다. 우기 때 다시 온다면 그때 온천을 즐겨봐야겠다. 졸졸 흐르는 물 사이로 낚시하는 현지인을 만났고, 작살로 물고기 잡는 모습이 정겨웠다. 중간에 오두막이 있어 들어가서 쉬려고 했으나 오랫동안 쓰지 않은 곳이었는지 먼지도 많고 벌레들도 있어 조금 더 걷다가 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시뽀 트레킹은 주로 남산으로 올라가 트레킹 하면서 자고 돌아오는 코스였지만 지뢰를 밟는 사고가 나기도 해 위험하다. 실제로 시뽀 다녀오고 난 후 시뽀 트레킹을 하다 지뢰를 밟은 외국인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산까지 가는 것은 많이 위험하니 이렇게라도 가벼운 산책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현지인들의 순수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시뽀 트레킹 하면서 시뽀 기차역부터 마을 구경 그리고 리틀 바간, 미세스 팝콘 가든, 샨 팰리스까지 하루 일정을 잡았다. 시뽀 마을 구경을 다했으니 다음 포스팅은 리틀 바간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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